소크라테스 남편들이란
그들은 이상 사회를 꿈꾼다. 현실을 위해 살아가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돈을 좇아가는 삶보다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윈 하며 철학, 심리학, 신학, 사회복지, 정치, 천문학 등등 비교적 비실용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 물론 엔지니어들 중에 이러한 학문에 관심이 많은 경우도 있다. 이과생들이 잘 생각해보면 더 순진하고 이상적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소트라테스' 스러운을 넘어 '소크라테스 남편'으로 진화하기 위해선 일단 결혼을 해야 하고 실용적인 직업보다는 위에 열거한 약간은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직업이나 실체가 있는 활동을 통해 이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들은 종종 정규교육을 제때 마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부를 10년째 다니거나 시험을 10년째 준비하기도 한다. 당장 패스해야 하는 시험이나 리포트 앞에서 의미 있는 내용물을 것을 따지다 제때 통과하는 것에 실패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도 나이 50살에 나이 20살인 크산티페와 결혼하였다. 아마도 그에게 가정 부양의 능력이 없었던 거 같다.
소크라테스와 크산티페는 어떻게 커플이 되었을까
그녀들은 그저 남편놈에게 눈에 뭐가 씌워 결혼한 죄밖에는 없다고 항변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똑똑한 이상주의자 남편에게 매력을 느끼고 자부심마저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크산티페가 살던 세상에선 여성에게 그다지 선택권이 없었지만 오늘날의 크산티페들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경우가 많다.
만약 우리가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한다면 철학이나 읇조리니 지루할 거라 상상하겠으나 현실의 소크라테스들은 다양한 주제에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가지고 꽤 매력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에게 그런 매력이 없었다면 플라톤 같은 뛰어난 제자들이 그에게 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와 대화하고 있자니 뭔가 깨닫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상주의자로서 나름의 꿈과 낭만도 있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본능적으로 매료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들은 자신의 열등기능을 보충해줄 현실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여성들에게 끌린다. 그렇게 소크라테스들은 미래 악처가 될 현실적인 여인을 만난다. 크산티페들은 뭔가 큰일을 할 것같은 이상주의자 그에게 매료된다. 그들의 연애는 그들의 성격차이 만큼 뜨겁다.
그러나 아무리 여인이 생활력이 있다한들 고대 가부장 사회에서 경제력이 없는 남편이란 참으로 부조리한 존재가 아닌가? 동일 노동에 대한 여성의 소득이 남성의 60%일 때 혹은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여성의 경제력이 무력해질 때 그러한 부조리는 커다란 짐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넓은 아량을 지닌 그녀들도 본인은 결단코 그리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바가지'를 긁는 부인이 된다. 크게 다투기도 한다.
재밌는 것은 소크라테스와 크산티페 커플 중에 금슬이 나쁜 커플은 본적이 없다. 갈등과 열정이 넘쳐서 그런지 섹스는 뜨거운 모양이다.
악처의 탄생
소피스트들은 실용적인 변론술이나 교양을 가르쳤다. 지식을 돈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계급이랄까.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차곡차곡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쌓아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가부장의 의무 따위는 관심도 없고 고 딴것이 타고난 성정에도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가 변론하는 것을 들어보면 보편적인 진리니, 영혼이니, 도덕론이니 하는 거대 담론이니 하는 것들이니 당장 생활을 꾸려가야하는 입장에서 들으면 얼마나 답답했을까나. 학생들과 한가롭게 구름 떠다니는 말이나 주고받은 소크라테스가 만족한 얼굴과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다. (심지어 소크라테스에 대한 희곡이 씌여졌는데 제목이 "구름"이다.)
그녀는 그를 보자 부아가 치민다. 그녀의 잔소리는 그의 귓가에 맴돌기만 하지 결코 달팽이관을 통과하는 법이 없다. 그가 눈앞에 있기는 하지만 그의 영혼은 올림푸스 신전에서 제우스 신과 체스 대국 중이라는 걸 그녀가 모를 리 없다. 그의 눈빛만 봐도 그가 듣고있지 않다는 걸 그녀는 알았다. 물 한 바가지를 그의 대머리에 찰지게 뿌려 그를 현실세계로 소환할 수 있다면, 그의 잠을 깨울 수 있다면, 하고 소원을 빌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후대에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악처 때문에 독배를 원샷을 때렸다는 둥 세계 3대 악처 중 하나라는 둥 험담을 해대지만 아들 셋이나 달린 크산티페의 속을 누가 알랴. 고작 잔소리나 해대고 물이나 뿌린 그녀를 생각하면 게임에 빠져 말 안 듣는 아들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어머니들이 떠오른다. 솔직히 이만하면 이혼하지 않은 것만 해도 엄청난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 시절 여성에게 이혼의 자유가 없었다지만...)
내 주변의 소크라테스 남편들은 결국 경제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혼남이 되기도 하고 그보다 나은 경우는 자주 심하게 다투는 커플로 관계유지가 되기도 한다. 사이가 좋은 소크라테스 부부마저 마나님들이 하시는 말씀은 항상 같은데 "그렇게 살 거면 결혼은 왜 해가주구...", "악처를 만든 건 소크라테스 야!" 랄까.
그래도 극소수의 만렙찍은 크산티페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도 이런 사람이 있어서 세상이 좋아지지. 응원이라도 해주련다."
'인간 관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학하는 사춘기 학생들의 웰빙에 아주 중요한 3가지 키포인트 (1) (0) | 2019.11.24 |
---|---|
악처는 소크라테스가 만든다 (2) (0) | 2019.11.23 |
원망도 예언이다 (2) (0) | 2019.11.21 |
원망도 예언이다 (1) (0) | 2019.11.20 |
악성 모성결핍 성인 (0) | 2019.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