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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관찰기

기후위기와 낭만

이제 지구적 환경 변화에 대한 용어가 업데이트됐단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서 "지구 가열"로 말이다. 기존 용어로는 이 재앙에 대한 위기감이 전달이 안됐다 한다. 과학 기사를 즐겨 읽어온 나에게 "기후 위기"는 꽤 공포스러운 토픽이다. 

 

 

처음부터 그런 기사들이 소오름 돋는 것은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란 주제가 알려질 당시는 내가 느낄만한 환경 변화도 없었고 똑똑한 인류가 반드시 잘 극복해 낼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했다. 그러나 20여 년 전에도 위급하게 느낀 과학자들은 꽁지에 불붙은 여우처럼 내일이 수능 시험인 수험생 마냥 꽤 절박해 보이는 대책을 내놓고 있었다.  한 예로 20여 년 전에 읽은 기사에서는 과학자들이 지구온도 상승을 우려한 나머지 상공에 우산을 펼쳐서 햇볕을 차단하는 연구를 했다. 위기감은 1도 없던 그때 나의 만화 같은 상상력에 그 기사는 하늘을 가득 매운 빨간 우산, 파랑 우산, 찢어진 우산 같은 동요적인 풍경으로 접수되었다.

 

 

20여년전 지구 온난화에 대책에 대한 가장 낭만적인 상상도. 우산을 뒤집으면 거기 토토로가 있을거 같던 시절. 몰론 과학자들이 연구하던 태양 차단 우산은 '애니'버전이 아니라 'SF'버전 일거라 믿는다. 

 

 

 

인류의 미래는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질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지. 하늘에 대로대롱 토토로들이 걸려있을 것 같았어.  네꼬버스는 지금도 타구싶다구. 

 

 

그리고 20여년이 흘렸지만 지구 가열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이나 전 지구적인 행동 따위는 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인은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고 트럼프는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미국인이 트럼프를 뽑았다는 사실 자체가 인류가 미래를 더 이상 낙관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죽 답답하면 그레타 라는 십 대 소녀가 UN에서 연설을 하는 상황까지 됐냐 말이다. 그러니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질 것 같은 낙관의 21세기가 확률적으로 약속된 재앙으로 돌진한다는 자각을 장착하도록 하자. 

 

UN Climate Summit 에서 연설하는 그레타. 금요일에 등교하는 대신 기후위기 시위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한 소녀의 시위는 세계 각국 청소년들의 등교거부 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레타는 유앤 연설에서 내가 학교에 못가는 것은 니네 때문이라며 어른들을 질책했다. 잠시 출석한 트럼프마저도 꿈척거리게 하는 인상적인 연설이었다.

 

 

 

다시 엉덩이에 불난 과학자님들의 연구로 돌아와서... 최근애는 비행기를 이용해 대량으로 무해한 가루를 넓은 지역 상공에 도포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마도 우산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하다. 

 

비행기가 가루를 뿌린다. 제길 낭만따위는 1도 없고 심지어 SF 장르도 아니다. 

 

가루때문에 햇빛은 차단되고 온도가 내려간다. 얼굴에 바르는 썬블록이 연상되는 방법이다.

 

 

 

이 가루가 인공적으로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진짜 이 방법을 시행 한다면 큰 홍수와 큰 가뭄 그리고 예상치 못한 형태의 태풍 등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방법은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영화의 전반부 설정같다. 기후 컨트롤 시스템의 고장으로 인류는 더 급속도로 멸망한다는 그런 류의 영화 이제 꽤 흔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공 기후 조절의 모든 끔찍한 부작용보다 지구가열가 가져오는 엄청난 재앙이 훨씬 더 무섭다고 과학자들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빌 게이츠가 이 연구를 지원한다니 실제로 사용될 가능 성이 꽤 높다고 봐야 한다. 그 가능성은 나나 당신이 지금 누리는 생활의 편리를 포기할 가능성에 반비례해서 커지니 매우 높지 아니한가.

 

 

이런 연구의 배경에는 실제 거대 화산폭발 분진으로 지구 온도가 내려갔던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한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1만 년 이래 가장 강력한 폭발로 1400억 t의 분출물이 성층권까지 치솟아 지구 곳곳으로 퍼졌다. 화산재와 황산 입자가 태양빛을 가려 기온이 3∼4도 떨어졌고 여름에 폭설이 내렸다. 그 이듬해(1816년)는 유럽과 북미에서 여름이 사라져 버린 기괴한 해로 기억됐다. 이 해는 햇빛이 없어서 작물도 잘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에서 쓰인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이다.

 

 

매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은 왠지 기후 조작과 어울리는 컨셉의 기괴한 인조인간이다. 

 

 

이제 기후위기가 음모론이라던 주장하던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도 점차 줄어간다. 이제야 눈 앞에 보이는 재앙과 변화를 부인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리고 기후우기는 더 이상 낭만적인 토토로의 모습이 아니라 기괴한 프랑 텐 슈타인의 모습으로 미이지 변태 중인 것 같다.

 

기후변화 이미지의 변태 혹은 토토로의 실체 (연쇄살인범이 모티브라는 음모론이 있다.)

 

그러니 우리의 자그마한 공포심으로 기후변화를 잘 이겨보자... (방법은 있냐 T 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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